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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태크] 아파트와 부채 사이에서 고민하는 30대 부부

꽁's 오늘은...

by 사랑지기 2009. 3. 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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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무 설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지출은 없는지, 올바른 노후 설계와 자녀 교육은 무엇인지 궁금하고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레이디경향」은 재무 설계를 신청한 독자에게 재무 설계 전문가와 60만원 상당의 상담 기회를 제공한다. 이달 재무 설계 상담의 주인공은 김은정(32)·이진성(37)씨 부부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상담해주는지 몰랐어요



"솔직히 이렇게 세세하게 상담해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정말 저희에게 뜻 깊은 시간이었고, 실행 단계에서 다시 도움을 받고 싶어요."

의뢰인과 함께 4시간가량의 긴 재무 상담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김은정(32)·이진성(37)씨 부부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이 부부는 상담을 받기 전 "재무 컨설팅은 돈 있는 사람들이 받는 것이라는 생각에 솔직히 상담받기가 창피하고 꺼려졌다"며 그동안 컨설팅을 받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재무 컨설팅은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무 상담이 필요한 경우는 돈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서민들이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거창한 계획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때문에 김은정씨 부부도 미래에 대한 재무 설계를 구체적으로 구상한 적이 없다. 이 부부는 상담을 받기 전 필자가 보낸 재무 관련 질문서를 작성하면서 비로소 자신들의 미래와 현재 상황을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현실을 정확히 알고 판단할 수 있어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재무 진단: 맞벌이를 하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아요!

이들 부부의 총자산은 3억8천7백만원이지만, 이 중 부채가 56%인 2억1천7백만원이나 된다. 또 자산의 93%가 아파트에 묶여 있고 남편의 전 직장에 투자한 주식 7% 정도는 당장 뺄 수 없는 부동자산이므로 유동성은 제로에 가깝다.

남편 수입 중 61%는 대출 상환에 사용하고, 생활비는 모아놓은 돈과 남편의 상여금, 성과수당 그리고 부인 김은정씨가 고용보험으로부터 받는 실업 급여로 근근이 유지해왔다. 게다가 지인한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월 1백만원씩 상환했지만, 감당하기가 벅차서 금액을 50만원으로 줄였다. 김은정씨는 얼마 전부터 출산으로 쉬던 직장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때문에 맞벌이로 수입이 2배가 됐는데도 저축은 연금저축 10만원과 MMF에 넣는 50만원이 전부이다. 그나마 여윳돈 50만원도 대출 상환에 쓸 예정이다.

이 부부에게 절실한 것은 수입을 늘리는 것보다 부채 상환 방법의 개선이다. 그동안 부채를 빨리 갚고 싶은 마음에 모든 자금을 부채 상환에 집중하다 보니 심한 자금 압박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했다.

먼저 부채 상환표를 작성해보았다. 앞으로 5년간은 매년 2천7백38만원을, 그 후 3년간은 2천1백38만원을, 그 후 8년간은 1천9백27만원의 부채비용을 매년 갚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앞으로 이 부부가 최소한 5~10년 동안은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을뿐더러 수입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바로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한편, 은행 대출금 1억7천2백만원을 14년간 상환하는 데 들어가는 이자비용은 1억8백19만원.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설상가상,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조정받을 가능성이 많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만일 이 부부가 부채에 매월 상환하는 비용을 투자나 장기 저축으로 돌려 6%의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3억8천8백여 만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현 상태로 부채를 상환하는 것보다 1억7천1백만원의 여윳돈이 생긴다. 물론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고 금리도 변동될 수 있으므로 변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찌 됐든 현재의 부채는 이 부부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빠른 시일 내에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파트 값이 최소한 49% 이상 오를 경우 비슷한 수익률을 낼 수 있으나 각종 비용과 세금을 고려한다면 아파트가 그 이상의 수익을 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대출이자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도 절실하다. 때문에 아파트로 차익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대출이자를 지출하며 기다리기보다는 아파트를 처분해 자금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 좋겠다.

재무 목표는 우선 순위를 정하자

부부는 2억1천7백만원의 부채 상환, 5년 후 주택 확장을 위한 자금 2억원, 노후 자금 월 3백만원, 자녀교육비, 여가생활비 10년 후 1억원, 자동차 구입비 2천5백만원, 자녀 결혼자금(예상비의 80%) 등을 재무 목표로 세웠다. 이 포트폴리오대로 실천하기 위해서 매월 7백50만원 정도를 저축해야 하는데,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월수입 5백20만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므로 수정하기로 했다.

즉 당장 필요하지 않은 목표인 주택 확장 자금과, 자동차 구입비, 여가비용 등은 뒤로 미루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채 상환과 교육 자금, 노후 자금, 자녀 결혼자금을 위해 부채 상환에 2백11만원, 자녀를 위한 자금 20여만원, 노후 자금으로 20만원을 저축하고, 비상 예비자금과 매년 발생되는 명절 비용, 자동차 보험료 등 비정기 지출을 위한 저축 67만원을 합해 3백18만원으로 1차적인 재무 목표를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지출 내역 중 용돈, 교통비 등 지출이 많은 부분은 과감히 절약해야 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꿈을 위해선 현실의 안락함을 일부 포기해야 할 시점이다. 재무 목표만 뚜렷하고 현실적으로 설정되면 지출을 줄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노후 자금 하나만이라도 완벽하게 준비하자

희망 노후 자금은 월 3백만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60세까지 국민연금을 꾸준히 납입해야 하고 남편 퇴직금을 연금으로 탄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노후 자금으로 설정한 금액인 20만원을 매달 불입한다. 그러면 이 자금이 매년 4%씩 증액해 수익률(8~6%)에 따라 매월 66만~88만원씩 28년간 저축하는 셈이다.
일단 노후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매년 물가를 반영하는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다음으로 남편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지 말고 정년에 연금으로 타는 것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부분은 개인연금으로 채운다. 개인연금은 투자형 상품인 변액연금과 채권형연금으로 분산해 마련하면 안정적인 노후가 될 것이다.

내가 가입한 금융 상품, 다시 한번 판단해보자

보험은 손해보험사의 실손 의료비에 가입되어 보장 내용은 충실하다. 다만 여러 번에 걸쳐 가입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비용이 늘어났다. 보험사에 연락해 보험료를 줄이면 월 18만원선에서 세 가족의 보장이 가능하다.

현재 가입한 연금저축은 금액이 10만원으로 적고, 손해보험사 연금 상품의 특성상 60세부터 10년간만 지급되는 상품으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현실과 동떨어진다. 연금을 위한 보험 상품은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과 채권형연금으로 분산해 가입할 것을 권한다.

한편 한 달 이내에 운용할 자금일 경우 기존 방식대로 MMF가 낫고, 한 달 이상 운용할 경우 CMA 상품이 나을 수 있다. 또 현재 이 부부에게는 예비 자금이 1백만원밖에 없다. 매월 지출을 줄여서 나오는 가용자금으로 CMA나 수협 등 금리가 조금 더 나은 제2금융권의 적금을 들어 차근차근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부부는 한두 달 동안 절약하는 생활을 실험적으로 진행한 후 지출 계획을 세운다면 지금보다 훨씬 정신적·육체적으로 여유로울 것이라 판단된다. 가계부는 분석이 훨씬 쉬운 엑셀 활용을 추천한다. 아기를 맡기고 나와 장시간 상담받은 김은정·이진성씨 부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라며 경제가 어려운 이때 모든 주부들이 경제적으로 건강해지길 기원한다.

■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윤희권(YOON'S FPG, 02-473-4381, rabaul@hanmail.net )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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